전북 순창에 이런 절경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자연이 품은 보석 같은 곳, 강천산 군립공원에서의 산책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며칠 전, 갑작스럽게 시간이 비는 평일 오전이 있었어요. 평소라면 그냥 집에서 뒹굴거렸을 텐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바깥공기가 그리운 느낌이었달까요. 그래서 무작정 차를 끌고 순창으로 향했어요. 사실 전북 여행하면 대부분 담양이나 전주를 떠올리는데, 저는 왠지 좀 더 한적한 곳이 끌렸어요.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강천산 군립공원이었죠.
강천산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뭔가 거대한 협곡이나 깊은 숲이 떠오르잖아요? 실제로도 그렇더라구요. ‘강천’은 물이 맑고 하늘이 푸르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진짜 이름값 하는 곳이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초록색 물감으로 채색한 듯한 숲길이 펼쳐졌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어요. 잠깐만 걷다가 나와야지 했던 마음은, 어느새 깊숙이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게 만들었고요.
이번 산책은 그냥 풍경을 보는 것 이상의 시간이었어요. 제가 놓치고 살던 고요함, 자연과의 호흡,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줬죠. 이번 글에서는 그 하루의 기억을, 강천산의 향기를, 그리고 그 산책길에서 제가 느낀 감정을 나눠보려고 해요.
강천산의 숲길, 걷기만 해도 힐링
순창 강천산 군립공원을 찾은 날, 저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산책 좀 하고 오지 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발을 들였죠. 그런데 첫발부터 다른 느낌이었어요. 입구부터 울창한 숲이 ‘어서 와’라고 말하는 듯 했달까요. 길 양옆을 빼곡히 메운 나무들은 키가 크고 시원하게 뻗어 있어서 마치 초록 터널 속을 걷는 기분이 들었고, 발밑에서는 폭신한 흙길이 ‘천천히 걸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강천산의 산책로는 무겁지 않아요. 오르막이 살짝 있는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드러운 평지에 가까운 흙길이 이어져 있어서 아이들이나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어요. 중간중간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들릴 때면 그냥 멈춰서서 귀를 기울이게 되고요. 특히 ‘병풍폭포’ 근처에선 물줄기 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져서 자연의 심포니를 듣는 기분이었어요.
제가 걸었던 코스는 ‘현수교’를 거쳐 ‘병풍폭포’까지 이어지는 길이었는데요, 도중에 나무로 만든 작은 다리도 있었고, 계곡을 따라 걷는 구간은 마음까지 시원해졌어요. 걷다 보면 ‘하늘다리’라고 불리는 다리가 나오는데, 이게 또 강천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에요. 30m 높이의 출렁다리를 건널 때는 다소 아찔했지만, 그 아래로 흐르는 계곡과 멀리 보이는 초록 능선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게 되더라고요.
참 신기한 게, 평소에는 음악 없이 걷는 걸 힘들어하는 제가 그날만큼은 이어폰을 아예 꺼놨어요. 오직 자연의 소리만 들으며 걷고 싶었거든요. 이게 바로 힐링 아닐까요? 강천산 숲길은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그대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치유해주는 그런 장소였어요.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정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 순간순간의 고요한 감정이었어요.
강천산의 하이라이트, 출렁다리와 병풍폭포
산책로를 걷다 보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두 명소가 있어요. 바로 ‘출렁다리’와 ‘병풍폭포’. 이 두 곳은 단순한 풍경이 아
니라, 강천산을 기억하게 만드는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더라고요. 특히 저는 고소공포증이 살짝 있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출렁다리 앞에서는 오히려 기대가 앞섰어요. 이름 그대로 출렁이는 다리는 길이가 제법 길고 높이도 꽤 돼서 처음엔 살짝 긴장하게 되지만, 막상 올라서면 무언가 짜릿한 해방감을 줍니다.
강천산 출렁다리는 높이가 약 50미터, 길이는 약 75미터 정도로, 국내 군립공원 중에서도 꽤 스케일이 큰 편에 속해요. 바닥은 메탈 그물망 구조라서 아래가 훤히 보여 다리 한가운데쯤 가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두려움과 함께 오는 해방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이 있어요. 양쪽을 잡고 천천히 걸으면서 아래 계곡을 내려다보면, '내가 이렇게 자연 속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 다리를 건너 마주하는 게 바로 병풍폭포입니다. 이름처럼 병풍처럼 펼쳐진 암벽에서 물줄기가 시원하게 떨어지는데, 그 장면이 너무도 시원하고 깨끗해서 한참을 넋 놓고 바라봤어요. 물은 맑고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했고, 주변의 돌들과 이끼가 어우러져 ‘자연이 만든 정원’ 같은 풍경을 연출했어요. 특히 바위에 부딪히며 튀는 물방울들이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일 때는... 정말 영화 속 장면 같았습니다.
이 두 곳에서 저는 사진도 많이 찍고, 영상도 잠깐 남겼지만, 결국엔 폰을 주머니에 넣고 그냥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데 집중했어요. 요즘엔 사진 한 장 찍으려고 모든 순간을 소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사진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새삼 느꼈죠. 그것은 ‘경험’이었습니다. 마음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 그게 진짜 여행이자 산책이더라고요.
혹시 순창 근처를 지나게 된다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출렁다리를 건너는 그 순간, 그리고 병풍폭포 앞에서의 고요한 시간은 분명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예요. 그리고 그 기억은, 삶이 조금 힘들어질 때 우리를 다시 일으켜주는 작은 위로가 되어줄지도 모르죠.
순창 강천산, 그 하루가 남긴 잔잔한 여운
짧은 산책이었지만, 순창 강천산 군립공원에서의 하루는 제게 긴 여운을 남겨주었어요. 자연 속에서 걷는 그 느낌,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 걷고 또 걷는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출렁다리에서의 떨림, 병풍폭포 앞의 고요함, 숲길을 따라 들려오는 물소리와 새소리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네요.
우리는 매일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이런 조용한 순간을 종종 잊고 지내곤 하죠. 하지만 강천산은 그런 일상 속에서 잠깐 멈춰 설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었어요. 꼭 멀리 가지 않아도, 거창한 계획이 없어도, 자연은 우리에게 이렇게나 큰 위로를 주는구나 싶었습니다. 혼자 걷기에도, 누군가와 함께 걷기에도 참 좋은 길이었어요.
혹시 최근에 지치셨다면, 마음 한 켠이 무겁다면, 순창 강천산을 한 번 걸어보시길 추천드려요. 특별한 건 없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그 길이 당신에게도 잔잔한 위로가 되어줄지도 몰라요. 다음엔 어떤 풍경이 우리를 기다릴까요? 또 다른 길 위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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