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아시나요? 청산도에서는 그 진짜 의미를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점점 바빠지는 일상 속에서, 문득 ‘멈춤’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런 순간이 찾아와, 이번 봄엔 어디 한적한 곳에서 자연을 느끼며 걷고 싶었어요.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전라남도 완도에 위치한 작은 섬, 청산도였습니다. 이름부터가 푸르고 고요할 것 같은 이 섬은, 실제로도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더라고요. 배를 타고 50분 남짓 바다를 건너 도착한 청산도는, 유채꽃이 물결치고 청보리가 바람에 일렁이는 그야말로 봄이 살아 있는 섬이었습니다. 게다가 ‘슬로시티’로 지정된 만큼, 자동차보다 사람이 더 많은 이곳에서는 진짜 ‘걷는 여행’을 할 수 있었죠. 오늘은 그 청산도에서 제가 만난 봄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요.
봄날, 청산도를 걷다 – 꽃과 바람이 있는 슬로길
청산도의 봄은 정말 ‘그림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4월부터 5월 초까지, 섬 전체가 노란 유채꽃과 연초록 청보리밭으로 물들어요. 섬을 가득 채운 이 색감은 단지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을 동시에 감싸는 자연의 포옹 같달까요. 저는 특히 ‘슬로길 3코스’ 범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보리밭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발밑으로는 부드럽게 일렁이는 보리밭, 저 멀리 바다는 반짝이고, 그 풍경 안에 서 있는 제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슬로길은 총 11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해안길, 돌담길, 고갯길, 옛길 등 테마가 모두 달라서 하나하나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이 길들이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다는 거예요. 포장되지 않은 흙길과 자연석 계단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진짜 시골길을 걷는 기분이랄까요? 걷는 내내 새소리, 바람 소리, 그리고 내 발소리만 들리는데… 그런 고요함 속에서 오히려 마음이 환하게 트이더라고요.
특히 제가 방문한 시기엔 ‘슬로시티 축제’도 열리고 있어서, 도보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마을 곳곳에서 작은 공연이나 사진 전시도 함께 즐길 수 있었어요. 서편제 촬영지로 유명한 돌담길은 그 자체로 감성 포토존이었고,
도청항 유채꽃밭은 인생샷을 남기기 딱 좋은 곳
이었죠.
무엇보다 청산도가 특별한 이유는, 그 느림 자체가 이 섬의 정체성이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걸으며 서로 인사하고, 마주 오는 주민들은 길을 물어보면 정겹게 설명해주시고. 이런 곳에서는 시간도 천천히 흐릅니다. 도심에선 보기 힘든 진짜 ‘느림의 미학’, 그게 바로 청산도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요?
걷고, 먹고, 느끼다 – 청산도에서의 하루
청산도에서의 하루는 아침부터 차분하게 시작됩니다. 저는 완도항에서 아침 첫 배를 타고 들어갔는데요, 약 50분간의 여객선 항해 동안에도 창밖 풍경이 너무 좋아서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섬에 도착했더라고요. 왕복 요금은 약 14,000원 정도. 여행의 설렘이 차오르는 순간이었죠.
섬에 도착하자마자 슬로길 탐방에 나섰고, 걷다 보면 어느새 출출해지기 마련이잖아요. 그럴 때는 청산도 해산물 정식을 꼭 드셔보세요. 전복, 문어, 톳 무침 같은 바다 내음 가득한 반찬들이 한 상 가득 나옵니다. 특히 톳밥 정식은 바다를 보며 먹으면 더할 나위 없는 힐링이에요. 입 안 가득 퍼지는 감칠맛은 걸어서 지친 몸에 완벽한 보상이 됩니다.
숙소는 대부분 민박 형태로 운영되는데, 주말에는 꼭 사전 예약이 필요해요. 저는 숙소 앞마당에서 저녁 노을을 보며 커피를 마셨는데, 그 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네요. 바쁜 일상에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고요함이었어요.
여행 팁 하나 드리자면,
배 시간표는 꼭 미리 체크
하세요. 섬이라는 특성상 기상에 따라 결항이 잦고, 대중교통도 제한적이라 도보나 전기차 렌트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봄철 자외선이 꽤 강하기 때문에 선크림과 모자도 필수! 이 작은 준비만으로도 여행의 질이 확 달라지니까요.
지금 가장 천천히, 가장 아름답게 걷고 싶은 섬
청산도는 여행지라기보단 하나의 ‘마음 상태’에 가까운 곳이에요.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에서 벗어나, 시간을 느리고 깊게 보내고 싶을 때 딱 어울리는 섬. 유채꽃과 청보리, 바다와 돌담, 느릿한 걸음 속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오는 그런 곳입니다. 제가 그랬듯이, 이 섬을 걷는 동안 여러분도 잠시 ‘내 안의 봄’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
다가오는 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주저 없이 청산도를 선택해보세요. 여기엔 잊지 못할 봄의 풍경이 있고, 진짜 쉼이 있고, 그리고 나 자신이 있습니다. 혼자든 함께든, 느리게 걷고 싶은 그 마음 하나만 챙겨서 청산도로 향해보세요. 분명, 돌아오는 길에는 가벼워진 마음 하나를 더 얹어 오게 될 거예요.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 박영기, 김지호, 전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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