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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순천 선암사, 겹벚꽃이 만든 조용한 봄의 환상

by 담빛여행자 2025. 4. 13.

벚꽃이 지고 난 뒤에도, 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선암사의 겹벚꽃이 그 증거입니다.

순천 선암사 겹벚꽃

안녕하세요, 여러분.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음도 덩달아 설레곤 하죠.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이 피고 졌지만, 저는 그보다 조금 늦게 피는 꽃을 보기 위해 전라남도 순천으로 향했습니다. 목적지는 바로 ‘선암사’. 벚꽃보다 더 화려하면서도 오래 가는 ‘겹벚꽃’이 사찰을 가득 메우는 풍경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절정을 노려 다녀왔어요.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절로 향하는 흙길부터 시작해, 대웅전 뒤편까지 이어지는 길목마다 겹벚꽃이 만개해 있었고, 그 안에서 잠시 모든 걸 잊고 자연에 기대어 쉴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선암사라는 이름처럼, ‘조용히 감응하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 글에서는 저의 경험과 함께, 선암사의 봄을 제대로 즐기는 팁까지 소개해볼게요.

 

4월의 끝자락, 선암사 겹벚꽃이 피어오르다

순천 선암사 겹벚꽃
순천 선암사 겹벚꽃
순천 선암사 겹벚꽃

벚꽃은 대부분 3월 말에서 4월 초에 절정을 이루죠. 하지만 선암사의 겹벚꽃은 다릅니다. 매년 4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꽃잎이 천천히 열리며, 봄의 끝자락까지 꽃놀이의 여운을 남겨주니까요. 2024년 기준으로는 4월 17일경 만개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시기가 예상됩니다. 겹겹이 쌓인 연분홍 꽃잎들이 만들어내는 그 풍성한 분위기는 벚꽃 시즌과는 또 다른 깊은 매력을 자랑합니다.

선암사로 향하는 길은 흙냄새 가득한 1km 남짓의 산책로입니다. 완만한 오르막을 계곡과 함께 오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고, 숨소리마저 잔잔해지는 걸 느끼게 되죠.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동안, 자연의 리듬에 맞춰 제 걸음도 느려졌습니다.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이미 ‘치유’가 시작된 거였어요.

그리고 도착한 선암사 경내. 대웅전 뒤편과 종무소 앞에 위치한 겹벚꽃 군락지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화려한 꽃잎의 대비가 환상적이었죠. 몇몇 사진작가분들이 이미 삼각대를 세워놓고 있었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분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도 많았어요. 어떤 앵글로 찍어도 명화가 되는 풍경입니다.

선암사 겹벚꽃은 단순히 사진에 담는 풍경이 아니라, 마음을 담는 기억

이 됩니다.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 하나하나에도 이야기가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도 고요한 울림이 있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이곳을 떠날 때는 아쉬움보다 고마움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선암사의 봄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들

순천 선암사 겹벚꽃
순천 선암사 겹벚꽃
순천 선암사 겹벚꽃

선암사의 봄은 단지 겹벚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찰 입구 주변에는 봄나물을 이용한 식당들이 모여 있어, 봄의 향기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어요. 저는 산채비빔밥을 먹었는데요, 고소한 참기름 향에 쌉쌀한 봄나물이 어우러져 여행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식사 하나까지도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졌어요.

또한 선암사 입장료는 성인 기준 3,000원,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예요. 주차는 입구 근처에 잘 마련되어 있어서 차를 가지고 방문하기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단,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기 때문에 이른 아침 시간대 방문을 강력히 추천드려요.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오전 9시 무렵이 사진 찍기에도 딱 좋습니다.

산책길과 사찰 내 일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복장도 중요합니다.

운동화와 가벼운 외투

만 챙겨가도 충분히 편안한 산책이 가능해요. 저는 운동화를 신지 않았다가 흙길에서 살짝 고생했었거든요. 계곡길도 함께 있으니, 방수되는 신발이면 더욱 좋겠죠.

그리고 여행을 마무리하며 순천 시내로 내려오면, 미나리삼겹살이나 도다리쑥국 같은 제철 음식으로 봄을 한껏 마무리할 수 있답니다. 겹벚꽃 구경하고, 산채정식 먹고, 지역 음식으로 배까지 따뜻하게 채우면... 진짜 완벽한 하루죠. 선암사의 봄은 그렇게 몸과 마음을 동시에 채워줍니다.

 

벚꽃이 진 뒤, 봄은 더 깊어진다

순천 선암사 겹벚꽃
순천 선암사 겹벚꽃

벚꽃 시즌이 끝났다고 봄이 끝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발길이 조금 줄어든 그 순간부터, 진짜 봄의 정취는 시작됩니다. 선암사의 겹벚꽃은 그런 의미에서 꼭 한 번쯤은 걸어봐야 할 길이고, 느껴봐야 할 감정이에요. 시끌벅적한 봄 축제가 끝난 뒤, 조용히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곳. 그게 바로 선암사의 봄입니다.

이번 봄, 늦은 꽃을 기다리는 여유를 배워보고 싶다면 선암사를 추천드립니다. 겹벚꽃 아래서 한참을 서 있으면, 마음 속 무언가가 조용히 피어나기 시작할 거예요. 그리고 그 감정은 꽤 오래, 당신을 따뜻하게 감쌀 겁니다. 꽃은 지고, 봄은 더 깊어지는 순간, 그 한가운데에서 당신도 그 봄의 일부가 되어보시길 바랍니다.

[사진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 양성영, 김지호]